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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펜

Casstello d´or, 황금 카스텔 9000 연필


오랜만에 독일에 들렀습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무렵이라 벼룩시장이 뜸해지고 손님도 적어지는 시기입니다. 손님이 적어지면 장사꾼들도 적어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이 날은 날씨가 많이 풀려 사람들이 꽤 북적였습니다.
잡다한 물건이 뒤섞여 있던 바구니안에서 건진 파버-카스텔의 금장 연필입니다. 살 때는 몰랐는데 숙소로 가지고 와 열어보니 연필아래에 제품설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설명서라기 보다는 이 연필이 만들어진 이유와 역사에 대해 구구절절히 적혀있습니다.
거의 100년전 모로코의 "엘 네후드 압둘라"라는 고급관료가 파버-카스텔 백작에게 특별한 연필을 주문합니다. 카스텔 9000 연필의 얼굴과도 같은 녹색대신 연필의 몸통을 순금으로 도금해 1000개를 제작해 달라는 것이죠. 자신의 큰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을 위한 선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연필에 도금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6개월이나 걸려 파버카스텔은 주문한 1000개의 연필을 모로코의 마라케쉬로 보냅니다. 엘 네후드 압둘라는 이 황금 연필에 크게 만족하여 "Castello d'or"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이름은 지금도 파버카스텔의 휼륭한 제품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다네요.



물론 이 제품이 그때의 그 1000개중에 하나는 아닙니다.

" 한 번도 이 상품을 선보인적은 없기 때문에, 파버카스텔은 금장의 카스텔 9000과 은으로 도금된 버전을 추가하여 한정판으로 선보일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 연필들은 굉장히 복잡한 공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희는 여러분께 이 가치있는 한자루의 연필을 건내드립니다. 이 연필의 이름은
Royal Metal Edition 입니다."
라고 글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연필의 몸통에는 "gold plated/Faber-Castell/Royal Gold Edition" 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봐서는 정말 금이 맞는 것 같기는 합니다.


연필자체는 50-60년대의 카스텔 9000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금장에 그럴듯한 나무 케이스에 담겨 있긴하지만 도데체 당시에 얼마에 이 연필을 팔았을지가 궁금해집니다.
2012.04.08 - [종이와 펜] - 바흐의 평균율 같은 연필, 파버카스텔 9000 빈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