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펜

상남자 볼펜: 로트링 600 롤러볼(Rollerball) 첫인상

Minch 2012. 4. 27. 09:00

샤프를 수집하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도 잘알려진 절설적인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 로트링의 600시리즈 입니다. 

절판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베이나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최근 유사한 디자인의 

"라피드 프로"시리즈를 새로 발매하여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로트링 600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된 것은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황동재질로 만들어진 몸체. 

따라서 매우 무거운 무게감. 검은색과 최소한의 붉은 색만을 사용한 디자인의 심플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흔히 로렛가공이라 알려진, 널링(Knurling)이 들어간 손잡이부분과 캡 선단등을 들수있을 것 같습니다.

널링가공은 공구류의 손잡이에 주로 쓰이는 공법으로 손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많이 이용됩니다. 

이러한 정밀 공구에서나 볼 수 있는 공법을 필기구에 도입하여 제도용 필기구라는 이미지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려했던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가공을 로트링 600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과 재료에 가장 잘어우러져서 응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는 샤프가 가장 유명하고 많이 사용되지만 제가 오랜 시간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은 샤프가 아닌 볼펜이었습니다.

rotring 600 시리즈는  0.3, 0.5, 0.7 의 샤프와 볼펜, 만년필 그리고 트리오펜, 콰드로펜이 각각 검은색과 은색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생산시기에 따라 다양한 버전이 남아 있어 마치 오래된 LP원판을 구별하듯이 다양한 버전들이 존재합니다. 

샤프는 일본에서 생산한 물량이 아직 남아 있는지 흔히 볼 수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볼펜과 만년필 그리고 트리오, 콰드로 펜은 상당한 레어 아이템이고 상태가 좋은 것들은 백달러를 가볍게 넘깁니다.



오랜 시간 지켜 보던 이베이에서 외관의 상태가 그리 좋지않은 초기형 600 볼펜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볼펜이 아닌 롤러볼입니다.

만년필은 상태가 안좋아도 기본적으로 70달러이상에서 항상 거래되는데다가 중고 만년필은 펜촉의 상태 같은 것들 때문에 고려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오래전 절판된 물건이라 펜 촉 교환이 가능한 지 확실하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볼펜이 이렇게 무거운 메탈 바디에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아무렇게나 굴려도 된다는 느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rotring 600, 로트링 600 의 롤러볼(볼펜) 사용감이 많은 외장모습이지만 아름답습니다.


몸체의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고, 칠이 벗겨져 전 주인이 꽤나 험하게 다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손 때가 오히려 나쁘지 않았습니다. 

볼펜자체는 너무 무거워 그렇게 실용적이거나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볼펜의 캡만해도 카베코 스포츠 클래식 볼펜보다 한참 무거우니 한 말이 없습니다.

거기다 볼펜 뒤에 캡을 씌우면 무게 중심이 한 참 뒤로 가버려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디자인 하나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취향에 따라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이야기했던 파버카스텔의 온도로(몬도로) 만년필이 양복에 슬쩍 비춰지는 반짝이는 구두라면 이녀석은 진흙 묻은 가죽장화를 떠올립니다. 

일백퍼센트 남자를 위한 펜입니다. 한 웹사이트 리뷰는 이 펜을 의심의 여지없는 "마초펜"이라고 말하며 훔머 H1과 비교 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만듦새나 모양이 필기구라기 보다는 정밀한 기계에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어느 정도 써 본 후 다시 사용기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