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베코 클래식 스포츠(Kaweco Classic Sport) 만년필, 볼펜
Kaweco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 1883년에 창립하였습니다. 카베코라는 이름은 Koch, Weber & Co 라는 정식회사 명칭을 줄여서 부른 말이죠. 이 회사는 저가형 만년필을 주로 생산하기때문에 그다지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재 회사 홈페이지의 카탈로그를 주욱 살펴봐도 "아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제품군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아래에 보시는 카베코 클래식 스포츠라는 시리즈입니다. 1935년에 양산되던 디자인을 사용해 다시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볼펜이나 만년필도 그렇지만 가죽케이스의 디자인 역시 제법 빈티지 느낌입니다.
과거에는 아마도 베이클라이트로 만들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데요. 지금 나오는 것은 ABS 합성수지입니다.
이 베이클라이트라는 재료는 그 질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어떤 재질인지 궁금하시다면, 아주 오래된 검은 색 다이얼 전화기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베이를 보면 많은 베이클라이트 제품들이 있는데, 디자인이 괜찮은 물건들은 대부분 높은 낙찰가를 형성합니다. 아마 서구의 중장년층에게 어떤 향수같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재료가 아닐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0.5 cm 작은 사이즈, 플라스틱재질 가벼움, 뛰어난 휴대성, 저렴한 가격 그리고 클래식한 디자인.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이 시리즈의 볼펜은 가볍지만 왠만한 볼펜보다 두꺼운 몸통때문에 편하게 손에 들어옵니다. 팔각형의 몸통은 파버 카스텔의 온도로 시리즈와 대단히 흡사합니다. 크기나 두께도 거의 같습니다. 몬도로 시리즈가 비싸 고민하시는 분은 카베코 클래식 볼펜을 한번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년필은 오래된 만년필이나 몽블랑같은 고급 만년필군에서와 같은 나사형 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F/F/M/B/BB 닙이 있고 클립은 별매로 팔고 있습니다. 23K로 도금된 철제 닙입니다.
다양한 색이 있지만 역시 무난한건 전통적인 검은 색인것 같습니다. 만년필의 필기감은 가격대비로 봤을 때 좋은 편입니다만 뛰어나다고 하기는 좀 무리가 따릅니다. 하지만 캡을 닫은 상태의 길이가 10.5센치, 사용시 13센치 라는 뛰어난 휴대성이 그 모든 것을 만회해 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트구매시 제공되는 가죽케이스와 함께 와이셔츠 윗주머니에 들어가도 별무게감이 없을 정도입니다.
사진만을 보고 기대에 차 구입하시면 혹시 직접 만졌을때는 조금 실망감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 받았을 때 의외로 가볍고, 저렴해 보여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만년필, 볼펜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가 만년필 선물 추천을 부탁받으면 꼭 언급하는 제품입니다.
사족> 만년필아래 놓인 것은 키스 쟈렛의 일본 선베어 콘서트 (keith jarrett, Sun Bear Concerts) 레코드입니다. 키스 쟈렛이 1978 일본의 각지를 돌며 열었던 솔로 콘서트의 실황이죠. ECM의 음반 중 (아마도) 유일한 6장짜리 전집입니다.
키스 쟈렛은 이 솔로 콘서트 투어중 항상 이 카베코 클래식 만년필로 사인을 해줘서... 는 절대 아니구요. 그냥 이 만년필과 어딘지 음악이 어울려 같이 찍었습니다.
특히, Osaka November 8 1976 Pt.1 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